[아직 살만한 세상] “불이야” 외침에 수십명이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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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644회 작성일 20-05-2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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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사진은 기사와 무관) 연합뉴스. 아모르뜰 가족들이 감사 포스트잇을 들고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강원소방본부 홈페이지 캡처)

지난 1일 강원도 고성에서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산불은 점점 거세지더니 지적장애인 거주 시설 ‘아모르뜰’의 코앞까지 다가왔습니다. 자칫하면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 그 때 “도와주세요” 소리를 듣고 한걸음 달려온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불이야, 불!”

이날 오후 8시쯤 아모르뜰 가족들은 처음 소리를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에이, 설마’하며 반신반의 했다고 합니다.

“불이야, 불!!”

두 번째 외침이 들렸습니다. 이 때부터 시설에 머물던 장애인들은 마음이 불안해졌습니다. 황급히 소방대원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는 계단을 향해 뛰기 시작했습니다. 거동이 힘들지 않은 사람은 다른 친구들을 부축했습니다. 이들은 서로를 부여잡고 젖 먹던 힘까지 달렸습니다. 그 순간에는 장애도, 불편함도 다 잊고 ‘어떻게든 살아서 피신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아모르뜰 가족들은 “그 순간 영혼이 탈출한 것 같았다”며 “불을 화마로 표현한 이유를 알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다행히 소방대원들은 현장에 빨리 도착했습니다. 강원소방을 비롯해 산림청 직원, 속초시 살수차 연합회 회원, 고성군 공무원, 육군 8군단과 22사단 소속 장병들. 이 모든 사람들이 그곳으로 달려왔습니다. 이들은 긴 호스를 어깨에 이고 산을 올랐습니다. 거센 바람과 불, 그리고 소방호스에 뒤엉켜 산불과 사투를 벌였습니다. 어느새 옷은 땀으로 가득찼습니다. 아모르뜰 가족들은 “우리를 지켜달라고 말하기에도 너무나 미안할 정도였다.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가슴 아팠다”고 회상했습니다.

치열한 사투 끝에 산불 진화에 성공했습니다. 소방뿐만 아니라 많은 기관·단체에서 힘써준 덕에 인명피해도 없었습니다. 이후 아모르뜰 가족들은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산불 진화에 힘써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 포스트잇을 남겼습니다. 이들은 고사리 손으로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대한민국 만세” 등의 글을 적어 강원소방본부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올렸습니다.

강원소방본부 홈페이지 캡처

아모르뜰 가족들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그동안 군부대, 고성소방서와 연계해 소방훈련을 해온 덕에 많은 어려움 없이 피신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기회로 지역사회에서 아모르뜰을 얼마나 아끼고 보살펴주는지 가슴 깊이 느낀 순간이었어요. 이번 산불로 우리 식구들은 사회적 약자로 보호 받는 것보다 소중한 한 사람으로 사랑 받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강원소방본부 홈페이지 캡처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김지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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